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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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재승 장로님과 함께 걸어온 시간 앞에서2025-12-04 14:17
작성자 Level 10

올해 추수감사절을 지나며, 제 마음 한구석을 오래 붙잡아두는 한 분이 계십니다.

이재승 장로님.

제가 서른넷에 미국 땅을 처음 밟고 오렌지연합교회를 섬기게 되었을 때, 미국에서 가장 먼저 만나 뵌 대학 선배님이셨습니다. 그때 장로님은 예순둘. 그리고 이제, 장로님은 인생의 마지막 고비를 조용히 건너고 계십니다.

미국에서 만난 첫 선배님이라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하나님께서 제 앞서 보내주신 ‘믿을만한 동역자’였기 때문일까요?

교회에 부탁드릴 일이 있을 때면 단 한 번도 “목사님, 어렵습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재정처럼 민감하고 부담되는 일을 수십 년 동안 맡아주시면서도 단 한 번의 불평 없이, 누구보다 꼼꼼하게, 그리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감당해 주셨습니다.

말없이, 조용히, 그러나 깊은 책임감과 믿음으로 섬기셨던 분이셨습니다.

암과 싸우시면서도 한 달 전까지 예배에 나오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마음속으로 ‘아… 장로님은 정말 마지막까지 교회를 사랑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 병문안을 갔을 때, 저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집사람과 함께 손을 잡아드리고 기도드리고 나오려는데, 장로님이 집사람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으셨습니다.

마치 “조금만 더 있다 가요…” 하고 붙잡는 손 같았습니다.

그날 중창팀 반주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돌아왔는데, 집사람이 그날 밤새 울었습니다.

장로님은 집사람에게 늘 아버지 같은 분이셨고, 25년 목회 길을 함께 걸어온 사람으로서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저는 잘 압니다. 그래서 저 역시 한동안 잠들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면 장로님의 생신입니다. 권사님이 장로님 대신 교인들께 미역국이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고, 소식을 들은 집사님 한 분이 미역과 고기를 준비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여러 교인들이 몇가지 반찬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일에는 모두 함께 작은 생신 미역국을 나누려 합니다. 생신 축하라기보다, 우리 교회가 장로님께 드리는 조용한 ‘감사의 식탁’이 될 것 같습니다.

살아온 날보다 남은 시간이 적어지는 순간에도 교회를 사랑하고 성도들을 챙기셨던 장로님의 삶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조용히, 끝까지 충성하셨던 그 믿음의 길을 우리 모두가 함께 바라보고 감사드리려 합니다.

삶의 끝이라는 표현은 언제나 무겁습니다.

그러나 장로님을 통해 저는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신앙의 마지막은 두려움이 아니라 은혜라는 사실을.

하나님 앞에서 충성되게 살았던 한 성도의 인생은, 떠나는 순간에도 우리에게 신앙의 향기로 남기 때문입니다.

저도 언젠가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때,

“그분처럼 믿음으로 살다 갔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며칠째 제 마음을 떠나지 않는 질문입니다.

장로님의 삶은 지금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겨 주시는 귀한 가르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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