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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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다시 만난 하나님, 덤으로 얻은 사명2026-03-02 07:04
작성자 Level 10

최희웅 장로님을 처음 뵌 것은 2003년 박희정 장로님의 임직식 때였습니다. 당시

풍채가 참 좋으셨던 장로님은 교회 행사가 있을 때면 이따금 찾아오시곤 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이제는 친구가 다니는 교회로 가야겠다" 하시며 저희 교회에

정식으로 등록하셨습니다. 장로님이 오신 후, 저희 교회는 한층 더 따뜻해졌습

니다.

장로님은 성가대가 찬양을 올릴 때면 온몸으로 그 은혜에 반응하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음악적 조예가 깊어 어지간한 찬양이나 클래식은 다 아실

정도였고, 아주 오랜 세월 찬양대석을 지켜오셨기에 건강 문제로 성가대를 내려

오신 것을 늘 아쉬워하셨습니다.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여전도회와

우리 목회자들에게도 장로님은 늘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셨습니다.

 

시간이 흘러 연세가 여든여덟이 되시면서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졌고, 결국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간호사셨던 먼저 떠나신 권사님께서 생전에 "당신

투석만큼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하셨다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먼저 가신

것을 장로님은 못내 가슴 아파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투석을 위한 카테터 시술을 앞두고 갑작스레 숨을 쉬기 어려워지는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홀로 계시다 자칫 큰일이 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적처럼 마침 뉴욕에서 따님이 잠시 다니러 와 있었고, 급히 병원으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장로님의 상태는 위중했습니다. 호흡은

갈수록 가빠졌고, 신장 기능은 멈췄으며, 폐에는 물이 차고 심장에도 심각한 이상이

생겨 있었습니다.

홀로 중환자실에 누워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그 외롭고 두려운 시간 속에서,

장로님은 두 곡의 찬양을 수백 번도 넘게 부르셨다고 합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그리고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얼마 후 박희정 장로님과 함께 병문안을 갔을 때, 병상에 누운 장로님은 제게

"목사님, 저는 이번에 하나님을 다시 만났습니다"라고 고백하셨습니다. 참으로

기적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위급한 순간 따님이 곁에 있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은혜였지만, 병원에서 확인한 사실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장로님의 심장

관상동맥 4개가 대부분 막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수영을 하며 꾸준히 몸

관리를 해오신 덕분에 주변 모세혈관이 자리를 잡아 겨우 심장 기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위기를 통해 그동안 모르고 있던 심장의 치명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장로님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아직 할 일이 더 남았다고 하시며 생명을 연장해 주신 것

같습니다. 목사님, 교회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멋모르고 세례를 받았는데, 생사의 갈림길에서 다시 만난

하나님께 제 입술로 온전한 신앙을 고백하며 다시 한번 세례를 받고 싶습니다."

그 순전한 고백을 듣는 순간, 제 마음은 뜨거운 감동으로 먹먹해졌습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삶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은 이토록 놀랍고

세밀하십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찬양으로 하나님을 붙들고, 덤으로 주어진 생명을

주를 위해 쓰겠다고 다짐하시는 88세 노()장로님의 고백은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우리의 남은 생애는 어떠해야 할까요? 우리 역시 매 순간 주님의 은혜로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다시 만난 하나님 앞에서 진실된 고백을

드리는 장로님의 그 모습이,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옷깃을 여미게 하고

바른 믿음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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