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한 교인의 이름, 황진용 집사님 이야기로 칼럼을 써가는 것이 의아할지 모릅니다. 제가 집사님을 처음 뵌 것은 부모님이 병환 중이실 때였습니다. 집사님은 오래전에 저희 교회를
다니셨다고 하셨는데, 워낙 시간이 흘러 잠시 나오셨던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집사님은 몇몇 어른들, 특히 서성범 장로님과 소천하신 이철현 장로님의 이름을 정확히
말씀하시는 순간 특별한 친근함이 느껴졌습니다. 결국 집사님의 부모님은 소천하셨고, 장례는 천주교회에서 드려졌습니다. 그때 많은 교우들이
함께 아픔을 나누었고, 그 일 이후 집사님은 다시 교회에 나오시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님의 나이를 처음엔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부진 다리 근육, 햇빛에
그을린 피부는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는 분 같았는데, 알고 보니 모두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었습니다.
스케이팅, 스키, 골프… 오래전엔 교우들에게
스키를 직접 가르치셨다고 합니다. 교회를 다시 다니신 지 3년쯤 되었을 때, 집사님이 제게 처음으로 개인적인 부탁을
하셨습니다. 때는 2020년 1월,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헬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직후였습니다. “목사님, 코비가 청소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사람인데, 설교 중에 그 이야기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집사님은 당시 교회의 한 어른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수요예배까지 빠지지 않고 나오시던 때였습니다. 자신을 위한 부탁이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끈기와 인내, 노력의 가치를 전하고 싶어 하셨던 그 마음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쉽게도 설교와 맞는 주제가 없어 결국 다루지 못했지만요. 교회 자료를 정리하다가, 1995년 「좁은문」이라는 교회 잡지를 발견했습니다. 그 속에는 김흠자 장로님의 말씀 나눔, 강우길 집사님의 영시 번역, 박찬희 권사님의 편지와 함께, 황진용 집사님이 교회 골프 토너먼트 후에 쓰신 소회가 있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집사님은 이미 저보다 20여 년 앞서 가나안교회 교인이셨다는 사실을요. 지금으로 따지면 무려 40년 가까운 세월입니다. 잡지 한 면을 바라보는데, 어른들의 젊은 시절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1995년,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 모두가 한창 힘이 넘치던 때였습니다. 그 글들을 읽으며 저도 울컥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해, 저 역시 서른 살에 신학교에 들어가 예수님의 길을 가겠다고 결단했던 해였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30년이 훌쩍 지나 어느덧 우리는 인생의 후반전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세월 속에서도 믿음의 발자취와 교회의 기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 집사님, 그 길을 지금도 함께 걸어가고 계심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우리 모두가 주님의 교회 안에서 함께 걸어갈 동역자임을 다시금 기억하며, 앞으로의 세월도 주님
안에서 은혜의 발자취로 채워가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