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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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품지 못한 마음의 빚2025-11-17 06:15
작성자 Level 10

요즘 제가 오래된 사진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교회에서 함께했던 얼굴들이 하나둘 떠오르지요. 오래된 교우들, 그리고 지금은 떠나간 분들… 그분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사진 속에서 조용히 저를 부릅니다.

 

얼마 전엔 우리 성도님들이 속한 합창단이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연합합창제를 다녀왔습니다. 그 자리에 다녀온 장로님이, 그곳에 살고 있는 옛 교우 부부와 찍은 사진을 보내오셨습니다. 사진 한 장이 이렇게 마음을 움직일 줄 몰랐습니다. 그분들을 보는데, 참 많은 생각이 밀려오더군요.

그 두 분은 정말 성실한 분들이었습니다. 남편 되시는 집사님은 기계 관련 일을 평생 하셨는데, 일도 교회도 늘 꾸준하고 성실하게 해오신 분이었습니다. 교회를 합친 이후에는 구역장 포함해서 여러 사역을 흔쾌히 맡아 잘 해주셨습니다.

아내 되시는 권사님은 미국에 와서 운전을 못 하셔서 늘 집에만 계셔야 했습니다. 아들이 제게 “학원에서도 포기한 분입니다”라고 할 정도였지요. 그런데 제가 이상하게 마음이 갔습니다. 교인들도, 심지어 절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집사람과 아이들도 가르쳐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한번 도전해보자 하면서 운전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운전하시다가 인도(보도블럭) 위로 차를 올리신 적이 있었는데, 제 심장은 진짜 콩알만 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제가 그냥 웃었습니다.

“집사님, 제가 인도 위로 차 올려보는 경험을 언제 또 하겠습니까?

그랬더니 집사님이 “목사님, 미안합니다” 하시는데…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 일을 지나고 나서 이상하게 집사님의 운전 실력이 확 늘었습니다. 결국 한 번에 면허에 합격하셨고, 그때 정말 다들 기뻐했습니다.

집사님과는 정이 참 많았는데, 남편 되시는 집사님과는 솔직히 좀 어려웠습니다. 늘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 이야기를 하시고, 미국의 문제점을 말씀하시고… 제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가끔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정확한 사실 하나가 남습니다.

제가 그분을 충분히 품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 시절 교회는 부흥하고 있었고, 교회를 합친 숫자보다 외부에서 온 새가족이 더 많아지던 때였습니다. 목회가 비교적 순탄하니까 제 마음도 모르게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동성애 이슈로 교회가 큰 갈등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관계 속에 곪아 있던 여러 일들이 터지면서 결국 2016년에 중요한 사역을 맡던 분들 12명이 조용히 떠났습니다.

교회는 깊이 아팠고, 저 역시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분들 중 한 분이 얼마 전 소천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지금의 저처럼 조금 무뎌진 칼이었다면, 어떻게든 품고 함께 갔을 텐데…

그땐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난 후로 ‘안고 가는 목회’라는 말을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릇이 그 정도가 되지 못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그분들은 모두 가나안교회에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을 통해 하나님이 하신 일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감사한 일입니다.

라스베가스에 정착한 그 두 분의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찡했습니다.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참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떠나간 분들이 다 잘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함께 있는 분들에게는, 내가 미안하지 않은 목회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감사절을 앞둔 목회자의 작은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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