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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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나는 왜 자꾸 뜯어보는가 – 공돌이 목사의 고백2025-07-14 05:26
작성자 Level 10

어릴 적, 아버지께서 목회하시던 교회에 난지도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던 교인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가끔 버려진 장난감 중 멀쩡한 것들을 제게 주셨는데, 그중에는 당시 한국에선 보기 힘들던 슈퍼맨 인형이나 미국산 자동차 장난감들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팔과 다리가 움직이는 미국 인형은 너무 신기해서, 저는 받기만 하면 늘 ‘분해’부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분해하는 건 좋은데 다시 조립하는 건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보다 못한 어머니께서 다섯 살짜리 아이가 도저히 분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정말 큰 트럭을 사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떻게든 그것마저 다 뜯어버렸고, 어머니는 너무 속상하셔서 “다시는 너한테 뭘 사주나 봐라!” 하시며 두고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두고두고’는 제가 20대가 넘어서까지 이어졌습니다. 제가 온갖 집안일, 그러니까 뭔가를 뜯고 고치고 만들고 하면, 어머니는 그때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꺼내곤 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저는 뭔가를 보면 뜯어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연구하고, 손으로 만져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공고 전자과에 다니던 형들이 세운상가에서 IC 부품을 사다가 라디오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그게 너무 신기해서 교회 형들을 졸라 배우고 익혀 어설픈 라디오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또 부잣집에만 달린다는 초인종 벨도 조립해서 집에 달았는데, 작은 V 건전지를 써야 하는 걸 모르고 가정용 전기 110V(그땐 한국이 대부분 110V였습니다)에 연결했다가 감전도 되고, 선이 타고, 불꽃이 튀고… 불이 날 뻔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만든 벨에서 ‘삐—’ 소리가 울릴 때는 정말 큰 감동이 있었습니다.

20대가 되어 운전을 하게 되면서는 차 밑에 들어가는 걸 즐기게 되었고, 머플러 같은 것도 혼자서 교체하곤 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가 중고차 부품의 천국, 장안동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요.

고등학교에선 당연히 이과를 선택했지만, 수학을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른것 입니다. 저는 이과생이었지만 책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빠지면서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진로를 문과로 바꾸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공돌이’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치면 되는데 불편한 건 못 참는 성격이고, 뭔가 보이면 일단 뜯어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가끔 교회 철문 리모콘 문제로 성도님들께서 불편을 겪는 일들이 계속 발생했습니다. 가끔 코드 오류가 생겨 문이 열리지 않으면, 교회 일을 도우러 오신 분들이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시기도 하고, 리모콘을 요청하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기존 리모콘을 모두 모아 다시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Keypad 설치도 고려해봤지만, 그것도 결국 기존 리모콘을 전부 재설정해야 해서 어려움이 따릅니다.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인터넷을 뒤져 ‘Remootio’라는 기기를 찾았습니다. 한가지 문제는 저희 교회 기계가 15년전것이라 가능할까 싶었는데, 다행히 작동하였습니다.

이 장비는 교회 철문에 연결하고 핸드폰에 앱을 설치한 뒤, 처음 설정한 사람의 QR 코드를 공유하면 누구든지 핸드폰으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기존 리모콘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핸드폰으로 문을 열고 싶으신 분은 선착순 20명까지 가능하니 말씀 주세요. 이미 리모콘을 사용하고 계신 분들은 그대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요즘은 ‘공돌이 목사’가 교인들이 사다리를 못타게 하시니 삶이 조금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도 뭐, 아직은 손으로 뭐든지 뜯을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또 뜯을 것 없나 자꾸 두리번 거리게 됩니다. 스피커가 달려있는 교회 천장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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