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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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버지의 외로움, 하나님의 동행2025-06-16 04:43
작성자 Level 10

아버지가 저를 낳으실 때 44, 막내 동생을 낳으실 때는 53세셨습니다. 요즘은 50대 중반이라도 30대처럼 보이시는 분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50세만 넘어도 주름이 깊고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 보통 ‘할아버지’라 불리곤 했는데 저희 아버지도 나이가 들어 보이셨습ㄴ다

어릴 적 저는 아버지 안경을 몰래 쓰고 거울 앞에 서보곤 했습니다. 그 안경에는 아래쪽에 돋보기가 끼워져 있었는데, 그걸 끼고 있으면 세상이 어지럽게 돌아가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시력은 참 많이 나쁘셨던 것 같습니다.

목사이셔서였는지, 아니면 어머니께서 옷차림을 잘 챙겨주셔서였는지, 아버지는 언제나 단정하셨습니다. 포마드를 바른 머리, 몸에 잘 맞는 양복, 반듯하게 맨 넥타이. 그렇게 늘 단정하셨던 아버지가 나이가 드시자, 면도도 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 계셨습니다. 그때 아버지의 발톱이 무척 두꺼워 왜 그런가 궁금했는데, 나이 든 교우들의 발을 보며, 나이가 들면 발톱이 그렇게 두꺼워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아버지, 인문계 고등학교로 갈까요, 아니면 공고로 갈까요?”라고 여쭈었더니, 아버지는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알아서 해라.” 그 말씀이 서운하고 원망스러웠던 저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말에 담긴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 하나 넉넉히 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형편이 아프셨을 아버지. 그 말씀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싶습니다.

이남으로 내려온 친척 하나 없이, 모든 짐을 혼자 지고 살아내야 했던 아버지.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었고,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감당해야만 했던 삶.

내년이면 제가 예순이 됩니다. 제 자녀들은 다 성장해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아버지께서 예순이셨을 때, 저는 중학교 2학년이었고, 막내 동생은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예순이 넘어서도 자식들을 위해 일하고 버티셔야 했습니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여동생이 울면서 말했습니다.

“오빠, 아빠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50이 넘어서야 우리 형제들은 아버지의 외로움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참 감사한 것은, 육신의 아버지와 가족들이 모두 이북에 계셨지만,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늘 아버지와 함께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그 믿음이, 아버지를 외로움 속에서도 버티게 했을 것입니다.

그 은혜가, 아버지를 아버지로 서 있게 해 주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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