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교회 화장실 하수구가 막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새가족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Zoom 회사에서 일하는 최고의 엔지니어 박한영 집사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목사님, AI 시대에 없어지는 직업이 많다는데… 하나쯤 기술을 배워야겠어요. plumbing을 해볼까 싶어요.” 그만큼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화장실은 물이 내려갔다가 잠시 후 하수구를 통해 역류했습니다. 어딘가가 막힌 것이지요. 주일날 김강수 장로님이 살펴보시더니 “장비 없이는 어렵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화요일, 화장실엔 물이 빠진 흔적이 남아 있었고, 수요일엔 청소하시는 분이 포기한 듯 청소도구만 남아 있었습니다. 역류하는 물을 보고 화장실 청소를 포기한 듯 했습니다. 걱정이 앞섭니다. 그런데 수요일 저녁, 예배 전에 장로님을 뵈니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화장실 다 고쳤습니다.” 관리부장으로서 매일같이 교회 일을 챙기시며, 부엌이든 문이든 어디든 문제가 생기면 먼저 달려오십니다. 특히 화장실처럼 큰 기계가 필요한 일은 더 쉽지 않은데, 이번엔 청소까지 다 하셨습니다. 그 큰 덩치로 부엌 아래 쪼그리고 들어가 땀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뭉클합니다. 50대에 처음 만나 이제 곧 70이 되시는 장로님, 올해가 시무장로로 마지막입니다. 그래서 요즘 자주 하시는 농담이 있습니다. “목사님, 이제 드럼도, 모든 것도 자유입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벌써부터 마음이 허전합니다. 교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의 수고로 유지됩니다. 화장실 물이 막히지 않고, 부엌 수도가 새지 않는 이유는 누군가 그 손으로 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일날 애찬을 나누고, 예배가 은혜롭게 흐르는 것도 모두 이런 손길 덕분입니다. 가끔은 교회도 막힙니다. 서로의 말이 오해로 막히고, 마음의 통로가 좁아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김강수 장로님처럼 묵묵히 엎드려 막힌 곳을 뚫어 주십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냄새 나는 곳에서, 공동체의 흐름을 다시 살려 주십니다. 교회는 설교로 세워지지 않고 섬김의 손길로 유지됩니다. 교회는 그런 분들이 있어서 다시 흘러갑니다. 물이 막히면 냄새가 나지만, 사랑이 흘러가면 향기가 납니다. 이번 주, 화장실을 고쳐 주신 장로님 덕분에 다시금 하나님이 막힌 것을 뚫으시는 분임을 배웠습니다. “하나님, 이 교회를 이런 손길들로 세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