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우리 교회 남성중창단이
준비한 ‘더 특별한 수요예배’를 보면서 30여 년 전 한국에서의 한 무대가 떠올랐습니다. 가스펠 음악이 한국 교회 전체를 흔들어 놓던 시절, 제가 섬기던 교회에서도
‘익투스’라는 찬양팀을 만들었습니다. 집사람의 대학 동기들 가운데 유난히 음악을 잘하는 이들이 많아—훗날
온누리교회 열린예배 스텝으로 섬기게 된 분들이죠—자연스레 크고 작은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1992년에는 주찬양 선교단의
뮤지컬 ‘증인들의 고백’, 1993년에는
*‘모퉁이돌’*을 올렸습니다. 안무를 맡은 은주, 보컬을 담당한 윤주를
비롯해 지금 다시 무대에 올려도 손색없는 재능들이 있었고, 집사람은 음악을, 저는 무대 감독을 맡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만큼 뛰어난 후배들이
많아서 자신 있게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엔 한국에서 뮤지컬을 보는 일이 흔하지 않았기에, 공연을 한다고 하면 주변
교회에서도 많이들 오셔서 본당이 가득 찼습니다. 발레에 가까웠던 안무, 성악 전공자 같았던 보컬, 청년들의 뜨거운 열기…. 지금도
제 마음속에 선명합니다. 공연을 마친 뒤 광고를 맡으셨던—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선교사로 섬기시는—조용성 목사님의 한마디는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제가 이 교회에 목사라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담임목사님의 격려도, 참석자들의 칭찬도 흐릿한데,
그 한 문장만은 제 마음 깊은 곳에 오래 남았습니다. 지난 수요일 남성중창단의 찬양을 들으며 저는 다시
그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아, 참 자랑스럽다.” 요즘처럼 성가대도, 합창단도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예배 전체를 찬양으로 이끌 수 있는 중창팀이 있는 교회는 없을 겁니다. 앞에 서 계신 분들을 보니 이제 대부분이 60대이십니다.
그런데 그들의 얼굴에서 보인 것은 ‘세월의 흔적’이 아니라 신앙이 익어가는 깊이였습니다. 흐려지지 않는 눈빛, 노래 한 소절에 담긴
삶의 결, 찬양을 통해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의 온기…. 젊을 때보다 목소리는 조금 낮아졌을지 모르지만, 믿음은 더 단단해지고
울림은 더 깊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찬양은 마치 오래 숙성된 포도주처럼
부드럽고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서로의 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팀을 이끌어 주신 이진남 목사님의 헌신 역시 큰 은혜였습니다. 누군가 앞에서 이끌고, 누군가 뒤에서 받쳐 주고,
또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준비하는 그 협력 속에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남성중창단 덕분에 우리 교회의 수요일 밤은 참 따뜻했고, 깊었고,
은혜로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 안에도 “이 교회를 섬길 수 있어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고백을 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