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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여러분의 가을맞이는 안녕하십니까?2025-10-10 01:14
작성자 Level 10

여러분의 가을맞이는 안녕하십니까?

오늘 아침,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깊은 코발트빛 물감으로 곱게 물들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웠습니다. 높고 맑은 하늘 아래, 소슬한 바람이 살갑게 스쳐가며 저의 마음에 초가을을 표현하겠다는 충동을 주었습니다.

가을인데,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십니까? 서정적인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노르웨이의 가곡 봄을 향한 번안한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했던 추억들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라이언이 출연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뉴욕의 낙엽진 거리와 따뜻한 대화가 생각나겠지요. 기타 선율을 사랑하신다면 피아졸라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애절하고 슬픈 감정을, 피아노를 좋아하신다면 손열음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 1악장 도입부의 잔잔히, 그러나 깊게 울려 퍼지는 선율이 차가운 강물 위에 떠오르는 흐릿한 옛 추억처럼, 가을의 깊은 감성을 자극할 것입니다. 문학을 가까이 하신다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가을빛 사랑의 아련함이 떠오를 테고, 그림을 좋아하신다면 구스타프 클림트의 너도밤나무 에서 고즈넉하고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을은 각자의 감성에 따라 다양한 빛깔로 추억을 되살리며, 깊어 갑니다

30, 유난히 가을을 타던 젊은 시절의 저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회사 여의도 공원을 거닐곤 했습니다. 수북이 쌓인 붉은 갈색빛 낙엽을 발로 차며 걷다가도, 문득 딸을 내논다는 이로운 햇살을 놓칠 없어 웃도리를 활짝 열어 가슴 가득 담았다가 파란 하늘을 향해 내뿜곤 했습니다.

그때는 그리도 가을이 서러웠을까요.

시인 윤동주가 노래했듯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지던" 시절, 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은 단풍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루지 못한 꿈들, 잡을 없었던 시간들, 그리고 슬픈 그리움들이 바람에 실려서 함께 흩날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지금 돌이켜보니, 서러움 속에도 아름다움이 있었나 봅니다. 가을이 주는 쓸쓸함을 온전히 느낄 있을 만큼 마음이 살아있었고, 낙엽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할 있을 만큼 감수성이 풍부했던 젊은 날이었으니까요.

가을을 노래하는 정호승 시인의 '가을', 이해인 시인의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나태주 시인의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이채의 '가을처럼 아름답고 싶습니다'도 참 좋지만, 저는 무엇보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가장 사랑합니다. 그 시는 가을의 고요함 속에서 삶과 믿음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기도 형식을 빌려 가장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해 다다른 까마귀 같이.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햇살이 따스하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을,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조용히 떠올리며 기억 따뜻함을 품고 행복하게 계절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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