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시작한 미국 생활. 2000년 8월 14일까지 중국에 있었던 저는, 광복절인
15일에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그날은 공휴일이라 모든 은행이 문을
닫았고, 공항에서만 환전할 수 있었기에 비싼 환율로 수중의 모든 돈을 바꾸는 무모한 출발이었습니다. 비행기 안,
가족들이 잠든 사이 저는 조용히 화장실에서 돈을 세어보니 약 1만
2천 불이었습니다. 그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가늠되지 않았지만,
등록금 내고 나면 몇 달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려운 마음에 화장실에서 “하나님,
저는 새벽을 드리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족을 책임져 주세요.”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 약속드린 대로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새벽예배를 드리기 시작했고, 하나님은 기도를 들으시고 미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우셨고 인도하셨습니다. 그렇게 드리던 새벽예배가 이번 한국에 나갔을
때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뼈가 부러진 상태로 나간 한국!
경험해 보지 못한 추운 날씨와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길은 새벽에 나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고 강추위에 나갔다 심장에 찌릿한
통증을 느낀 뒤에는 집사람이 오기 전까지 거의 집 밖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아니 평생의 숙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잠'이었습니다. 평소 4시간 정도 자던 저는, 의사의 권유로 더 자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더큰 불면으로 힘들었는데, 넉넉하게 이길 수 있었던 은혜가 있었습니다.
뜻밖에도 지하철과 버스만 타면 졸음이 쏟아져 10분, 20분의 짧은 잠이었지만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밤에 잠을 못 이뤄도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돌아온 뒤 다시 찾아온 불면. 수면제를 먹고 멜라토닌도 복용했지만,
그래서 기차가 움직일때 나는 소리를 밤에 틀어놓고 자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삼성시계에 기록된 제 수면 평균은 3시간3분!
그나마 실제수면은 2시간 남짓으로 나왔습니다.그런 상태에서 매일 새벽예배를 드리는 것은 정말 버거운 일인데 당회에서 당분간 6시 말고 아침에
묵상을 올리면 좋겠다 하셔서 매일 묵상을 오전 7시 30분에 촬영합니다.
그러다 보니 밤에 잠이 안와도 별로 걱정이 안되고 요즘은 새벽 2,3시쯤 잠들고,
6시쯤 일어나 교회로 향합니다. 운전을 하고 교회를 가는데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하나님, 제가 새벽을 드리겠다고 했는데 지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고백을
하자 주님께서 아침해가 돋는 그 아침에 ‘얘야, 내겐 새벽이나 아침이나 같다. 나는 너와 만나는 시간이 참 좋다’ 하시는 것 같아 눈물이 났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이해하시고,
도우십니다. (감사하게도 요즘은 수면의 질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곧 꿀잠을 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