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설교/컬럼

제목성탄절, 빛나는 그리움과 채워지는 은혜2025-12-29 06:29
작성자 Level 10

어릴 적 성탄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반짝이던 크리스마스트리가 생각납니다. 귀하던 시절이라 화려한 전구는 없었지만, 색종이를 길게 잘라 고리 모양으로 연결해 만든 종이 사슬만으로도 마음은 충분히 설렛습니다. 12월이면 거리마다, 교회마다 성탄의 기쁨을 알리는 불빛이 환하게 밝혀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교회의 장식들은 하나둘 줄어들고, 정성 들여 쓴 성탄 카드 대신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인사를 전하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세월이 바뀌고,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미국에서 처음 목회를 시작했을 때, 한국처럼 성탄절 당일 예배를 시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문화적 차이로 교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가끔은 그 시간이 참 그립습니다. 온전히 주님의 오심에만 집중하며 감동을 누리던 그 분위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시간이 마냥 아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성탄의 정신이 이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 다른 사랑의 열매로 맺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성탄절 아침에는 온 가족이 모여 애찬을 나누었습니다. 거창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건강을 생각한 채소 중심의 식탁 앞에 둘러앉아 오랜만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기쁨이 컸습니다. 늦은 점심에는 딸이 예약한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며 웃음이 이어졌고, 오랜만에 옷에 고기 굽는 냄새가 배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아들이 식사비를 보내고, 딸이 팁과 디저트를 챙기는 든든한 모습에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습니다.

인기 있는 식당이라 고기가 나오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그 기다림마저도 즐거운 대화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년에 멕시코 선교를 떠나는 막내 예준이는 함께 갈 동료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눈을 반짝였고, 누나 예림이는 그 이야기를 다정하게 들어주며 장단을 맞춰주었습니다. 그 화기애애한 자리에 예석이까지 함께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다는 기분 좋은 아쉬움도 스쳐 지나갔습니다.

가족들과의 시끌벅적한 시간을 뒤로하고, 아무도 없는 교회의 고요한 본당에 홀로 앉았습니다. 어두운 공간 한가운데, 성탄 트리의 작은 불빛만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불빛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깊은 묵상에 잠겨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주신 은혜는 화려한 장식이나 분주한 행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따뜻한 눈빛과 평안한 대화 속에 이미 흐르고 있었습니다.

성탄의 계절, 우리 교우들의 마음 한가운데에도 주님의 이 잔잔하고도 깊은 은혜가 강물처럼 흘러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