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달려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55세를 넘기면서는 10년 주기로 제 인생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2000년 미국에 오자마자
교회를 맡았고, 2010년 가나안 교회와의 연합을 거쳐, 2019년
또 한 번의 연합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연합된 공동체 안에서 커피 브레이크와 다음세대를 위한 준비를
하며 평안한 마무리를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생각은 제 계획과 달랐습니다.
연합이 무산되고 곧이어 들이닥친 팬데믹은 ‘인간의 계획’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저 오늘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교회가 존속하도록 몸으로 버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응급실을 오가며 사선을 넘나들었고, 심장 수술과 11개의 스텐트 시술, 사고로 인한 신체적 고통도 겪었습니다. 여전히 제 왼쪽 팔은 불편하지만, 이 흔적들은 이제 제게 ‘내 힘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법’을 가르쳐준 훈장이 되었습니다. 2026년, 저희 가정의 표어는 ‘하나님이 이끌어 가시는 삶’입니다. 사람이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여호와 하나님이심을 이제는 온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은퇴를
앞두고 저의 건강이나 행보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가족들은 제가 은퇴 후 무엇을
할지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워낙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임을 잘 알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제 걸음을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감사하게도 저를 불러주는 곳과 쉬러 오라는 곳이 많아 너무 바빠질까 봐 탈입니다. 저는
은퇴 후가 지금보다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우선 한국에서 몇 달간 머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돌아온 후에도 이미
여러 교회에서 안식년을 맞이하신 목사님들을 대신해 설교 목사로 섬겨달라는 요청을 받아두었습니다. 아내는 제
건강을 생각해 좀 쉬라고 만류하기도 하지만, 평일의 행정 업무 없이 주일에 오직 말씀만 전하는 사역은 제게
오히려 새로운 영적 활력이 될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넓은 세상을 하나님과 함께 호흡하며
걸어보려 합니다. 저에게
있어
2026년 가장 중요한 목회적 숙제는 ‘아름다운 마무리’입니다. 그리고 그 마무리의
핵심은 제가 기분 좋게 바빠지는 것입니다. 교단법에 따라 은퇴 후 1년간 교회 출입과 교인 접촉을 자제하며 제가 분주히 외부 사역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 가나안
교우님들이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더 깊이 결속되고 건강하게 뿌리 내리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2026년의 가나안 교회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저의 새로운 길도 기대합니다.
제가 끝까지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며, 여러분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지혜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