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커피를 중학생 때 접했습니다.
커피 맛이 뭔지는 몰라도 설탕 가득 탄 미국에서 건너온 Tester’s Choice를 우아하게 마시는 것은 우리 집의 자랑이었습니다. 제 둘째 동생은 예전에 신세계에서 Starbucks를 한국에 들여오는 프로젝트 팀에 있었습니다.
그 일은 우리 가족에게 작은 자랑거리였고 그래서인지 저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화이고 즐거움이었습니다. 아침에 교회로 가는 길 McDonald’s에서 큰 커피를 주문해 차에 오르면 첫 모금을 마시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주일이면
새벽 두 시부터 커피를 한가득 끓여 교회 가기 전까지 마시는 시간도 제겐 분명한 기쁨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기쁨이 제 몸에는 기쁨이 아니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위궤양이 있고 위산이 자주 올라오는 몸,
하루 네 시간 자면 많이 잤다고 여기는 수면 상태, 거기에 큰 컵으로 두세 잔씩 붓는 커피까지 더해지니 심장 전문의도 제발 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오전에 한 잔만 마시자’ 결심했지만 몸이 조금 나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늘어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저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식사할 때 제 몸에 안 좋은 것을 빼주려는 교인들,
피곤해도 저를 끌고 밤에 수영장에 가려는 아내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나 자신에게 선물을 하나 주자.
영원히는 못하겠고 한 달만 끊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커피를 끊은 지 며칠이 지나자 McDonald’s 간판만 봐도 정신이 혼미해지고 커피 냄새만 맡아도 몸이 반응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커피를 마신 것이 아니라 커피가 나를 붙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교인 중 한 분이 남편에게 생일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사고 나중에 “선물 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더니 갈등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저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습니다. 커피를 내려놓는 선물입니다. 이제 일주일이 지났고 여전히 쉽지 않지만 몸은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애쓰며 살지만 어쩌면 인생은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붙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을 때 회복되는지도 모릅니다.
신앙도 비슷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더 쥐어 주시기 전에 우리가 붙들고 있던 것을 먼저 놓게 하십니다. 작은 커피 한 잔을 내려놓는 일이 이렇게 마음을 드러내는 줄 몰랐습니다.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오늘도 배웁니다.
주님은 무언가를 빼앗으시는 분이 아니라 더 깊은 쉼을 주시기 위해 내 손을 비우게 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아직도 커피 머신만 보아도 마음이 흔들리고 냄새만 맡아도 발걸음이 멈춥니다.
커피도 그런데 죄는 얼마나 더 강하게 우리를 붙들고 있겠습니까.
붙들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그래서 더 주님을 의지하게 됩니다.
요즘은 커피 드시는 분들이 제일 부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