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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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해되지 않던 일들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2026-02-16 06:29
작성자 Level 10

초등학교 때 불렀던 동요 중에 ‘깊은 산속 옹달샘’이 있습니다.

가사에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요즘 제게 그 일이 일어납니다.

부엌에 약을 먹으러 갔다가 “왜 왔지?” 하며 물만 마시고 돌아옵니다.

어느 분께 여쭤보니 그럴 때는 처음 생각났던 자리로 돌아가면 다시 떠오른다

하셔서 방으로 들어왔더니

“아, 약 먹으러 갔었지…” 합니다.

집사람에게 웃으며 그런 일이 생긴다고 했더니

“다 잊어버려도 현진이 이름만 기억하면 되지”

격려인지 위로인지 모를 말을 해 주어 한참 웃었습니다.

사람 이름은 잘 잊지 않았고, 예전에 읽었던 글이나 사건도 연도별로 기억하는

편이었습니다.

교인들이 예전에 하셨던 말씀을 처음 하시는 것처럼 진지하게 말씀하시면 이해는

안되었지만 저도 처음 듣는 것처럼 진지하게 들으면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저걸 잊어버리셨지?

요즘은 그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어르신들과 식사를 하다 보면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 남편은 꼭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소파에서 자요.

“혼자 있으니까 텔레비전이라도 켜놔야 안심이 돼. 그러다 잠이 들어.

소리에 유난히 민감해서 아이들이 울면 늘 제가 먼저 깰 정도였던 저에게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불면증으로 3~4시간씩 뒤척이던

, 한 장로님이 빗소리를 들으면 잠이 잘 온다며 유튜브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조용히 무엇인가를 틀어놓고 잠들기 시작했습니다.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은 3~4시간짜리 영상을 틀어놓고 잠을 청합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들고, 깨면 다시 다른 내용을 틀어놓고

잡니다.

한 번 자면 잘 깨지 않던 집사람이 가끔 그 소리에 깨기도 합니다.

이제야 조금 다른 분들을 알 것 같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굳이 이해시키려 애쓸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고 같은 시간을 지나게 되면,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아버지를 더 따뜻하게 대했을 텐데,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교인들을 더 깊이 이해했을 텐데.

늦게 배운 이해가 고맙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미안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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