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에게 귀한 식사를 대접해주시는 분은 올해
88세가 되신 최원욱 장로님이십니다. 장로님과 함께한 세월의 기록을 꺼내어 쓰자면, 아마 책 한권 으로도 모자랄 만큼 수많은 간증과 감동이 줄을 이을 것입니다. 장로님은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시다 학문의 길을 더 넓히고자 미국
USC에서 학위를 받으셨고, 이후 보잉(Boeing)사에서 은퇴하신 인재이십니다. 90년대에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나신 후 그 은혜가 너무도 감사해,
연변과기대를 돕는 '뉴마재단'을 설립하여 수많은
선교사님을 뒷바라지하는 사역에 헌신하셨습니다. 장로님의 기도는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로님은 2007년까지 공적 기도를 사양하셨습니다. 수차례 부탁을 드렸음에도 "아내 (권사님)가 아직 함께 예배드리지
못하는데, 가장인 내가 무슨 기도를 할 수 있겠 느냐"며
겸손히 고사하셨기 때문입니다. 장로님이 은퇴하신 후, 권사님이 비로소 곁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되었을 때야 장로님은 처음으로 기도의 마이크를 잡으셨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어릴 적,
장로님께서 식사 초대를 하셨다가 당일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신 적이 있습니다.
대신 식사비를 건네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사모님이 식사를 제대로 못 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오늘은 가족끼리 편안하게 드십시오." 그 배려 섞인 뒷모습을 보며 저는
'참된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장로님은 늘 "은퇴장로는 없다. 오직 시무장로와 '사역장로'가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최원욱, 박희정, 이재승 세 분의 장로님은
"우리는 김인철 목사의 울타리다"라고 선언하시며, 제가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무장로님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교회의 빈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특히 오렌지연합교회와 가나안교회가 합병할 당시,
큰 갈등 없이 연합할 수 있었던 것은 장로님이 치밀하게 설계하신
'로드맵(Road Map)' 덕분이었습니다.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미리 닦아 놓으셨기에,
우리 교회는 큰 실수 없이 하나 됨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권사님의 기력이 약해지시며 장로님의 건강도 예전 같지 않으십니다.
벌써 1년 전부터 "임종
예배를 준비해달라"는 말씀을 하실 때마다 저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해 왔습니다. 오늘 장로님이 마련해주신 이 자리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함께 달려온 목회자와 성도들을 격려하고 축복하는 사랑의 잔치입니다.
이 복된 잔치를 통해 장로님이 더욱 강건해지셔서,
가나안교회 다음 세대를 위한 든든한 울타리로 오래도록 곁에 계셔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