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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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하나님이 예비하신 시간2026-03-16 05:17
작성자 Level 10

교인을 만날 때 마음이 어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김정애 권사님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이 듭니다.

권사님은 교회가 연합한 후 초창기 목회자들에게 잊지 못할 분입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교역자들을 위해 김치찌개를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하루 종일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권사님이 끓여주신 김치찌개 한 그릇에 다시 살아나곤 했습니다.

밖에서 식사를 하고 와도 수요예배 전에 권사님이 준비하신 애찬을 다시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불문율이었습니다.

탁구를 좋아하시고 성가대를 아끼셨던 권사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신 것이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셨지만 정신이 온전히 회복되지는 않으셨

습니다. 어쩔때 알아보시지만 힘드실 때 알아보시기는커녕 돌아누워 사람을

보려고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지난 목요일 교우들과 식사를 한 후 김정애 권사님을 방문했습니다. 최영진

장로님과 가족들, 그리고 오랜 친구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권사님의

생신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나누고, 10년 넘게 받지 못하셨던 성찬식을 함께

거행했습니다.

권사님을 뵈러 가기 전 제 마음에는 한 가지 기도가 있었습니다.

“하나님, 오늘만이라도 권사님의 정신이 맑게 해 주세요.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권사님은 아내를 알아보시고 예전처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말도 안되는(?) 농담도 건네셨습니다.

함께 찬양을 부르고 성찬을 나누었습니다. 간소한 자리였지만 그곳에는 눈물이

있었고 감격이 있었습니다. 권사님이 우시자 주변에 있던 분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그때 제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이 시간을 예비하셨구나.

최영진 장로님이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누나의 상태가 6개월 중에 오늘이 가장 좋습니다.

하나님은 때로 우리가 잊고 지내던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시고, 오래 기다리던

순간을 가장 좋은 때에 허락해 주십니다. 우리가 계획해서 만든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조용히 준비해 두셨던 시간입니다.

그날 우리가 함께 찬양하고 성찬을 나누며 울었던 그 시간도, 아마 하나님이

오래전부터 준비해 두신 선물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떠나며 제 마음에는 한 가지 생각만 남았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흐려질 수 있습니다. 몸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안에서 나눈 사랑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사랑의 시간을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다시 만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날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아마 하나님께서 권사님과 우리 모두에게 주신 하늘의 위로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저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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