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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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2026-03-23 05:42
작성자 Level 10

미국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가 목회하셨던 곳들을 함께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연희동. 

어머니가 고생하며 저희를 키우셨던 집과 교회가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멋드러진 교회가 서 있었습니다. 성산동은 재개발이 되어 “여기쯤이었지…” 하고 휙 돌아보고 말았습니다. 

대방동, 문래동, 신촌… 모든 교회가 참 크게, 아주 크게 지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교회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으셨습니다. 건물만 한참 바라보시다가, 그냥 돌아서셨습니다. 교회를 떠나신 지도 오래되셨고, “사무실에 들어가 내가 전도사, 어린 목사 시절에 세웠던 교회다” 그 한마디를 꺼내는 것도 쉽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말없이 세우신 교회를 보실땐 말씀이 없으시더니 그곳을 떠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쯤 되면, 아버지의 말씀이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때는 말이야…” “그 교회 처음 시작할 때…” 이미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인데도 또 하십니다. 

부산 이야기, 충청 예산 이야기까지 나오자 제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마… 지금 가자는 건 아니시겠지…?” 다행히(?) 출발하자는 말씀은 없으셨지만 이야기는 점점 길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참 못난 아들이었습니다. 어머니와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작 아버지의 이야기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특히 결혼 전, 젊은 시절 이야기들은 더더욱 흘려들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캐나다에서 목회하시는 사모님과 시애틀 형제교회에서 지휘하시는 집사님이 삼일 동안 다녀가셨습니다. 사모님은 제 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목사님이 나와 내 남편을 연결해 주셔서 우리가 결혼했어.” 

집사님도 말합니다. 

“목사님은 전도사 시절에 함께 중국을 다니셨고,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감탄하며 반응할 줄 알았는데 우리 딸의 반응은요… “아~ 그래요?” 그리고 끝입니다. 더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엉뚱한 이야기만 합니다. 그 순간 제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 이래서 자식 키워도 소용없다는 말이 나오는구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버지도 목회를 시작하는 아들인 제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은 아닐까…


가끔 성도님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렇게 여쭤봅니다. 

“이 이야기, 자녀분들도 아시나요?”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답하십니다. 

“말해 뭐해요… 들으려고 하질 않아요.”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마음과 듣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한 장면으로 겹쳐 보입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더 오래, 더 깊이 들었을 것입니다.

다음 주가 되면 제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들이 옵니다. 

이번에는 날을 한 번 제대로 잡아야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제 과거의 화려했던(?) 흔적들을 조금은 남겨 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아이들이 끝까지 들어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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