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연합교회가 담임 목회자 없이 예배를 드려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때였습니다. 매주 초빙 목사님을 모시는 일이 쉽지 않던 어느 날, 미국 땅을 밟으신 지 불과 두 달 남짓 되었던 서른네 살의 청년 같던 김인철 목사님께 조심스럽게 한 주 설교를 부탁드렸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 멘토이셨던 이용희 교수님으로부터 “미국에 가서 5년 동안 정직을 배워오라”는 말씀을 듣고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저 한 번의 설교였지만 그 고백이 얼마나 신선했던지, 성도들 사이에서 목사님을 담임으로 모시자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2000년 12월, 목사님을 청빙하게 되었습니다. 부임 직후 새벽예배를 시작하신다는 말씀에 저는 만류했습니다. 이전의 여러 사례를 보며 목사님의 건강과 형편이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는 “이것은 교회를 위한 것이 아니고, 저 자신을 위한 하나님과의 약속입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으로 시작한 새벽예배는 오렌지 연합교회를 끌고 가는 영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작은 교회에 어디선가 청년들이 모여들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으며 내일의 꿈을 키워가던 눈부신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목사님께서 한국의 큰 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기적인 마음인 줄 알면서도 제가 그 앞길을 완강히 막아섰던 적이 있습니다. 때때로 그 선택이 목사님께 짐이 된 것 같아 송구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제는 확신하며 하나님께 여쭙게 됩니다. ‘하나님, 그때 저희 목사님을 붙잡았던 것 참 잘한 선택이었지요?’ 목사님은 참 한국적인 목회자였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교회를 지키며 성도들과 함께하는 삶을 당연하게 여기셨습니다. “미국은 교회에 불이 나도 퇴근 시간이면 퇴근합니다”라고 말씀드렸을 때 의아해하시던 표정이 지금도 선합니다. 야외예배의 뙤약볕 아래에서도 양복을 고수하시던 그 한결같음은 때로 우리를 답답하게도 했지만, 사실 그것이 우리가 목사님을 더 깊이 존경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교회 형편이 넉넉지 않았음에도 부서마다 교역자가 있었던 것은, 목사님께서 본인의 사례비를 올리기보다 한 분의 사역자를 더 세우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귀한 고집 덕분에 우리 공동체는 늘 젊고 생기 넘치게 자라났습니다. 한 가지 늘 마음에 남는 아쉬움은 교회 연합 과정에서 연합교회를 매각하여 대금이 있었을때였습니다. 목사님의 개인적인 어려움을 알면서도 끝내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당시 완강히 거부하시는 목사님께 더 강하게 권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2003년 모기지를 다 갚았을 때, 목사님께서는 “이제 모기지로 들어가던 돈으로 어려운 분들을 도우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물으셨습니다. 그 순전한 마음은 가나안 교회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강단에 꽃장식을 올리기보다 이웃 사랑을 먼저 생각하셨고, ‘마틴 초등학교’를 돕는 일에 기쁨으로 헌신하셨던 모습은 지금도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작은 불꽃 헌금’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시며 물질 앞에 보여주신 목사님의 결백함과 진실함은 우리 공동체의 커다란 자부심이었습니다. 그 정직의 기초 위에 세워진 신뢰가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까지 기쁨으로 나눔의 길을 함께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오렌지 연합교회에서는 청년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결혼식을, 가나안 교회에서는 성도들의 생을 배웅하는 장례 예배를 자주 인도하셨습니다. 기쁨과 슬픔의 자리 모두에서 한결같이 곁을 지키시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참된 목자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이곳 산타아나, 한인 사회에서는 마치 오지와도 같은 이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시고 엘림의 은혜를 일구신 목사님. 25년의 세월은 꿈만 같고 돌아보는 마음엔 깊은 감회가 밀려옵니다. 이 만남이 끝이 아님을 믿습니다. 헤어짐은 마감이 아니라 또 다른 하나님의 역사를 여는 시작이기에, 이제 우리는 서로를 위한 기도의 동역자가 되고자 합니다. 목사님의 건강 회복과 자유로운 사역, 음악으로 섬기시는 사모님의 아름다운 헌신, 그리고 믿음 안에서 든든히 서가는 세 자녀 예석, 예림, 예준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더 큰 은혜로 응답하실 것을 믿습니다. 기도를 들으시고 미소 지으시는 하나님의 평안이 목사님의 얼굴 위에 고요히 머물기를 소망하며, 아쉬운 이별의 인사를 갈음합니다. 장로 박희정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