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삼월, 햇살이 눈 부신 욜바린다로 이사 왔습니다. 가슴 한켠에는 고향 정원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한편으론, 비탈진 언덕에도 꽃을 피우고 싶은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눈앞의 가파른 뒷동산은 그 꿈을 비웃는 듯한, 묵직하고 칙칙한 '운명의 벽'이었습니다. 꽃밭을 일구겠다는 계획은 실현 불가능한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두 분의 귀인 장로님의 지혜가 이 절망적인 풍경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삭막했던 비탈은 흙의 숨결을 담은 계단식 정원으로 우아하게 몸을 낮추었습니다. 생명의 노래를 부르듯, 은빛 물줄기가 푸른 하늘을 향해 춤추듯 뿜어 올리는 스프링클러의 찬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 물방울이 햇살에 부딪혀 반짝일 때마다, 못내 아쉽던 고향의 향수는 새로운 희망의 색으로 물들어 차오르는 듯했습니다.
새로운 기쁨도 잠시, 정원 가꾸기는 땅과의 처절한 씨름이었습니다. 돌처럼 단단히 굳은 흙은 삽날을 매정하게 튕겨내는 벽이었고, 보이지 않는 병충해, 숨 막히는 가뭄, 그리고 땅 속의 두더지까지, 자연의 모든 방해꾼이 우리 부부의 의지와 인내를 맹렬히 시험했습니다.
작년 한 해는 장미 한 송이 한 송이의 생명을 비탈 언덕에 뿌리내리게 하려는 처절하고도 힘겨운 대장정이었습니다. 매 순간 포기하고 싶은 유혹 앞에서, 우리는 흙투성이 손으로, 땅을 파고 거름 주고, 물 주기를 반복했습니다. 마침내 우리의 땀과 염원이 맺힌 350여 그루의 장미를 비탈에 심었으며, 굳건히 뿌리를 내리기를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욜바린다 언덕에 가을 햇살이 내려앉았습니다.
언덕과 울타리를 따라 분홍빛, 붉은빛, 크림빛 넝쿨 장미가 탐스럽게 자라고, 부엌 창문 앞에는 우아한 연분홍색 장미가, 연못 주변에는 노란 장미와 코랄색 장미가 아치를 만들어 서로를 시샘하듯 자태를 뽐냅니다.
아침이면 이슬 맺힌 꽃잎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저녁이면 석양빛에 물든 장미들이 황홀하게 춤춥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장미 향기가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진홍빛 장미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의 노래를 부르고, 연분홍 장미는 첫사랑의 떨림을 수줍은 볼처럼 붉히며 속삭입니다. 크림빛 장미는 결혼을 앞둔 신부의 순결한 영혼을 담아 베일처럼 고개를 살포시 숙이고, 샛노란 장미는 아침 햇살처럼 기쁨으로 환하게 빛나며 우리를 반깁니다. 그리고 순백의 장미는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하고 청결한 향기를 향유처럼 은은하게 나누어줍니다.
소슬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후, 만개한 꽃들 사이를 걸으며, 샤를 구노의 '꽃들의 합창'을 듣습니다. "더 맑고, 더 상쾌하고, 더 부드러운 공기가 우리를 감싸 안고 꿈꾸게 하네. 꽃들은 활짝 피어나 그 향기를 정원 가득히 퍼뜨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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