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사람이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며 저녁 시간을 내 달라고 했습니다. 영화 제목은
<King of Kings>. 예수님의 생애를 다룬 애니메이션인데,
놀랍게도 한국에서 제작되었고 지금 미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라는 것입니다. 마침 변정우
선교사님도 “이 영화는 나중에 교회에서도 상영해도 좋겠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 정말 오랜만에 집사람과
미국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장면과 이야기 덕분인지, 영어 대사도 귀에 잘 들어왔습니다. “잘 만들었네” 정도의 감동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이 올라오고, Kim, Lee, Park, Chang... 낯익은 한글 성씨들이 화면을 채우는데,
그 순간 가슴 한쪽에서 묘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저 멀리 미국 땅에서,
복음의 심장부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많은 한인 기독교인 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쓰임받고 있구나.” 영화를 보는 내내 울지 않았던 눈물이,
그 이름들을 보며 서서히 흘러내렸습니다. 그 감정을 곱씹던 중 문득 떠오른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요즘 자주 쓰이는 신조어,
‘국뽕’입니다. ‘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로,
나라에 대한 과도한 자부심에 심취한 상태를 풍자적으로 표현할 때 쓰입니다. 예를 들면 냉전시대 미국 영화
<록키>처럼, 소련의 선수를 이기고 성조기를 휘날리는 장면들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요즘 중국에서 제작되는 여러 영화들은 대부분 국뽕영화라 합니다. 그런데 그날 저는,
국뽕이 아니라 ‘복뽕’에 취한 것이었습니다. 국뽕이 나라가 잘되면 괜히 내가 잘된 것처럼
느끼는 감정이라면,
복뽕은 하나님의 복음이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내가 기쁨을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요? 한때 우리는 “기도하는 민족”,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한 나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러나 그
자부심이 겸손 없는 교만으로 변질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더 이상 사회의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고개 숙여야 할 일이 많은 현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10년에 걸쳐 준비되었다는 <King of Kings>는 화려한 블록버스터
도, 눈길을 끄는 마케팅도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눈물과 믿음, 헌신이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스크린 위에 오르는 수많은 이름들 속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들의 헌신과 기도가 담겨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들 중 낯익은 한글 이름들을 보는 순간, “주님, 저런 귀한 한국 기독교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감사의 기도가 나왔습니다. 그날 저는 마음껏 복음에,
그리고 한국 교회의 순전한 사랑에 취했습니다. 국가에 취한 국뽕이 아니라,
복음에 감동한 복뽕이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땅 곳곳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위해 수고하는 형제자매들의 헌신을 통해 은혜와 감동을 나눕니다. 그리고 그 속에 나도 한 사람으로 함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자부심이자 감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