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제가 내년 4월 은퇴 소식을 전했습니다. 사실 계속 제 상태를 은연중
흘렸기 때문에 대부분 아시리라 믿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말씀을 드릴까 고민하다가 조금은 유머를(?)
섞어 말씀드렸는데, 며칠 후 한 성도님께서 저에게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보내주셨습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읽는 순간, 저는 잠시 얼어붙었습니다. “아니, 드디어 성도님들께 제가 역겨워진 건가요? 아직 8개월이나
남았는데요?” 사실은 시를 보면 반대적이죠. 우리가 잘 아는 소월의
시는 반어법을 쓴 것입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겉으로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고 노래하지만,
사실은 반어적 사랑의 표현입니다. 붙잡고 싶지만 차마 붙잡지는 못해,
오히려 거꾸로 표현한 것이지요. 떠나는 이의 길에 진달래꽃을 뿌려주겠다는 구절 속에는 원망 대신 축복을,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는
마지막 고백 속에는 눈물조차 감출 만큼 깊은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결국 이 시는 이별의 체념이 아니라,
끝까지 존중하고 사랑하기에 차마 붙잡지 못하는 마음을 노래한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애정 표현은 늘 그렇습니다. “잔소리 좀 그만해요”는
사실상 “당신 없으면 허전해요”라는 말이고, “밥 좀 그만 먹어라”는 사실 “네 건강 걱정된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역겨워 가라”는 시의 의미를 오랫동안 알았기에 소월의 시를 보며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제 마음을 잘 이해하셔서 소월의 시를 보내주신 그 마음에 감사했습니다. 저는 건강상의 문제로 목회를 내려놓지만 함께 울고 웃으며 은혜로 걸어온 동행자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웃음과 은혜가 어우러지는 길을 함께 걸으며, 우리의 이별이 눈물이 아니라 감사와 찬송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